2020년 4월 1일 수요일

2019년 기독서적 올해의 책 11

2019년 기독서적 올해의 책 11


작년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출간된 기독서적 중 11권을 선정했습니다. 선정은 ‘제가 읽은’ 책들 중에 좋다고 생각한 것들입니다. 따라서 이 외의 좋은 책들이 있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선정기준은 가독성, 신학적 건전성, 내용의 참신성에 있습니다. 순위는 책의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제가 좋았던, 그래서 추천하고픈 순위입니다.


1. 제임스 스미스, 『왕을 기다리며』, IVP

제임스 스미스의 예전신학 시리즈 3부작 중 마지막이며, ‘삶을 형성하는 예전’ 신학을 공공신학에 적용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작 두 권과 더불어 올해 나의 신학공부와 신학형성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친 책이다. 그는 여기서 기독교는 이미 “왕을 섬긴다는” 의미에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강력한 정치세력이며, 따라서 복음으로 교회가 형성될 때만이 세상에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는 진정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강변한다. 나는 올해 이 책을 세 번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통찰과 사고의 확장이 일어나는 것을 강력하게 경험했다. 전작들(『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 『하나님 나라를 상상하라』)과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성화, 예배, 교회됨에 대해 아주 긍정적이고 강력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2. 러셀 무어, 『폭풍 속의 가정』, 두란노

이 책을 1위로 올려놓을까 아니면 2위로 놓을까를 많이 고민했다. 뭐랄까.. 가족 이해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나 할까. 러셀 무어는 가족의 문제를 복음과 십자가의 렌즈로 바라보며, 표류하는 가정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섬세한 목회적 시각으로 바라보며 해결한다. 가장 탁월한 부분은 Part 2 부분인데, 십자를 통해 남성성과 여성성, 결혼, 성, 이혼, 자녀, 부모를 보며 재해석하게 해준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가족의 문제에 직면하여 우리가 짓는 죄와 우리가 받을 구원을 모두 보게 된다. 설교자들은 교회 내의 가정 문제 상담에 거대한 도움을 받을 것이다. 반드시 읽어보길!

3. 우병훈, 『기독교 윤리학』, 복 있는 사람

이 책을 통해 내가 누린 기쁨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가장 실천적으로 좋은 부분은 윤리학을 전개할 때 성경 본문을 인용할 뿐 아니라, 주해의 과정을 보여줌으로 목회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철학과 윤리학의 대화를 통해 기독교 윤리의 고유성과 탁월성을 드러냄으로 변증에 도움을 준다. 회중들이 비록 철학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철학이 제시하는 전제들을 ‘받아들인’ 상태이기 때문에 철학적 윤리학과의 대화를 보며 기독교 윤리를 변증하는 과정은 설교에 아주 도움이 된다. 본래 탁월한 저술이 늘 그렇듯, 이 책 안에서는 아이들도 첨벙거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잠수부도 심해어를 발견할 수 있다.

4. 채드 버드, 『어느 방탕한 사역자의 노트』, 그리심

여러 번 눈물을 훔치며 읽었다. 저자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그는 촉망받는 젊은 구약학자였으며, 지역교회 목사였고, 신학교 교수였으며, 이후 간음을 범했고, 이혼했으며, 트럭 운전수로 연명하다, 직업을 가지게 되고, 재혼했는데 7개월 만에 또 이혼을 했다. 여기까지 묘사하면 이런 사람이 쓴 책을 읽을 가치가 있나 싶지만, 그는 정직하고 반성 어린 마음으로(하지만 과하지 않게) 자신의 죄악됨을 묘사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묘사한다. 남성으로서, 목사로서, 하지만 언제든지 죄를 지을 가능성이 있는 죄인으로서, 그리스도와 그의 은혜를 같은 죄인의 목소리로 듣는 것은 언제든지 감동적인 일이다. 주제의 유니크함에 있어서도 가치 있는 책이니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다만 몇 부분에서 성화에 대한 그의 이해가 내 이해와 충돌하는 부분이 불편하긴 했다. 그렇지만 크게 신경쓰이진 않을 것이다.

5. 김형익, 『은혜와 돈』, 복 있는 사람

김형익 목사는 국내에서 가장 탁월한 강해설교자이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의 설교는 주해적으로 탄탄하며, 신학적으로 정교하고, 평범한 성도들의 희노애락을 아우른다. 그가 돈에 대해서 한 여덟 편의 강해설교 역시 마찬가지이다. 구약에서 네 편, 그리고 고린도후서 8-9장에서 네 편인 그의 설교는, 매번 성도들과 돈의 관계를 정확하게 짚어내면서도 율법주의를 피해간다. 돈, 헌상(헌금)에 관한 한 이 책보다 더 나은 선택은 없다. 다만 주의하라! 이 책을 읽는 당신이 나와 같다면, 돈을 쌓아 두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을 위해서 쓰는 것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손해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기쁨으로 드리는 것을 넘어, 헌상이라는 놀라운 선물을 주신 하나님을 기뻐하게 될 것이다.

6. 앨빈 플란팅가, 『지식과 믿음』, IVP

사람들은 흔히 과학은 지식을 전달해 주고, 종교는 믿음을 말해준다고들 생각한다. 그리고 전자는 보편타당하고 모두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고, 후자는 선택적이며 개인의 취향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플란팅가는 자신의 철학적 역량을 총동원해 사실 세상의 많은 것의 배경에 믿음이 있으며, 기독교야 말로 참되게 믿을 수 있는 지식이라고 강변한다. 기독교 믿음은 합리적이며 이치에 맞고, 따라서 보증되고 정당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맞서는 수많은 반론들(예를 들어, 역사 비평과 다원주의, 그리고 악의 문제)에 답하며 기독교 신앙의 보증됨(Warranty)를 입증해 낸다. 철학자의 저서이면서도 성도들이 읽기 어렵지 않다. 변증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7. 이성호, 『직분을 알면 교회가 보인다』, 좋은씨앗

직분자는 교회의 재앙일 수도, 교회의 자랑일 수도 있다. 사실상 한국 교회의 모든 문제들이 직분자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가장 슬픈 것은 사람들이 직분자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즉, ‘직분자’가 수행하는 ‘직분’이 무엇인지 모른다. 예컨대, 사람들에게 “장로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심방이랍니다.”라고 말하면 경악하는 사람들이 많다. “엥? 장로님 심방하는 것 한 번도 본적이 없는데요?”라는 말 듣기 일쑤니. 늘 간명하고 깔끔하게 글을 쓰는 저자답게, 이번에도 직분의 본래 의미와 역할에 대해 128페이지로 정리해 냈다. 직분자 교육용으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8. 팀 켈러, 『팀 켈러의 방탕한 선지자』, 두란노

본문 주해, 적용, 적용을 위한 상황화, 신학적 숙고, 그리스도 중심적 결론에 있어 팀 켈러는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하다. 독자는 본문을 통해 올바른 사역이 어떤 것인지도 배울 수 있고, 신자의 삶이 어때야 하는지도 배울 수 있으며, 높아진 자아가 어떤 형태로 움직이는지를 추적할 수도 있고, 삶의 많은 부분이 어떻게 죄악될 수 있는지 배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복음으로 배울 수 있다. 요나서를 연구하기 원한다면 반드시 봐야 할 책이다. 당신의 요나서 읽기를 새롭게 할 것이다.

9. 데이비드 폴리슨, 『악한 분노, 선한 분노』, 토기장이

분노는 무조건 악한 감정인가? 기독교 상담학자이자, 성경적 상담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데이비드 폴리슨은 분노의 이면에 있는 동기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 이면에 때로는 정의가, 때로는 죄가 있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심지어 자비로운 마음도 선한 분노를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자못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분노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지 볼 수 있고, 또한 어떤 심리적 기저가 있는지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치료하시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볼 수 있다. 얼마 전에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폴리슨이 소천했는데, 그의 탁월한 저술이 이번을 계기로 주목받기를 바란다.

10. 시드니 그레이다누스, 『구약의 그리스도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이레서원

이미 오래 전에 나왔던 책이지만 새로운 옷을 입고 재출간 되었다. 당연히 구약 성경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읽고 익숙해져야 하는 책이다. 즉, 이 책의 내용은 읽고 지식으로 쌓아두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읽고 소화하며 실습해보고 능숙해져야 한다. 때로는 많은 곳에서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 해봐야 삶이 변화되지 않더라. 윤리를 설교해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그리스도 안에 모든 것이 있다. 심지어 변화된 삶도 그리스도 안에 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를 설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나로서는 모든 설교자들이 6장의 8가지 방법론만 읽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분을 아주 상세하게 살펴보고 숙고해 보기를 바랄 뿐이다.

11. 존 파이퍼, 『강해의 희열』, 두란노

존 파이퍼는 이 책 말고도 설교에 관한 책을 쓴 적이 있다. 그가 40대인 1990년에 쓴 The supremacy of God in preaching(복 있는 사람에서 『하나님을 설교하라』로 역간)이라는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조나단 에드워즈의 설교를 설명하여 설교에서의 하나님 중심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책 『강해의 희열』에서는 에드워즈의 목소리를 빌리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로 하나님 중심성을 강조한다. 30년 이상 한 교회의 강단을 섬기며 하나님 중심적 강해설교를 줄기차게 해온 파이퍼의 설교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존 파이퍼의 설교를 통해 엄청난 영향을 받았는데, 그의 설교를 듣기만 하면서 느꼈던 점을 그의 글로 직접 확인하게 되어 참으로 기뻤다. 파이퍼의 설교를 전혀 접해보지 못한 설교자들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참고로 『성경과 하나님의 영광』, 『초자연적 성경읽기』에 이은 3부작의 완결판이니, 참고하면 좋겠다. 세 권을 연달아 읽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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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1. 더 추가하고 싶었지만 아쉬운 책들

D. A. 카슨, 『하나님의 사랑』, 죠이북스
로드 드레허, 『베네딕트 옵션』, IVP
마르틴 루터, 『갈라디아서』, 복 있는 사람
토드 빌링스, 『슬픔 중에 기뻐하다』, 복 있는 사람
마크 데버, 그렉 길버트, 『설교』, 개혁된실천사
팀 켈러, 『팀 켈러의 인생질문』, 두란노
샘 스톰스, 『터프 토픽스 2』, 새물결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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